맞음. 구림.
블라인드나 공회모에 들어가서 조금만 눈팅하면 회계법인에 대한 불만은 끝이 없다.
보고서 날짜는 급박한데 인력은 항상 부족하고,
항상 을의 입장에서 자료 요청을 하고 한없이 기다리기도 하고,
일을 잘하면 잘할수록 더 몰리고,
그렇다고 보상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대기업처럼 복지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정년까지 보장이 되는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고 등등...
근데 첫 직장으로 다니기에는 회계법인만한 곳도 없다.
여의도로 이직하고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이직한 친구랑
매 번 회계법인 욕을 하면서도 인정하는 것은,
'사회 초년생 멋모를 시기에 회계법인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직장에서 절대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거다.
정말 짧은 시간에 수많은 회사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나름 인차지랍시고 2~3명의 팀원을 데리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클라이언트를 대응하고,
밤을 새면서 책임감 있게 프로젝트를 종결하고...
경험한 산업만 일반 제조업, IT, 게임, 바이오, 화장품, 정부기관 등등
프로젝트라면 감사, 연구용역, 세무 검토, 합병/분할, 실사, 가치평가, 매각자문, 매수자문 기타 등등
일반 회사원들이 7~8년에 걸쳐서 경험하는 일을 3~4년에 짧게 경험하기 때문에
이 경험을 레버리지로 삼아 더 나은 직장,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회계법인 삶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좀 힘들지만 나혼자만 레벨업을 좀 더 빨리할 수 있는 던전에 들어가 있는 느낌?
프로토스 물량 뽕뽑아서 겁나 얻어맞으면서도
공방업 기다리며 인구수 200 채우고 있는 이영호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