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예전 정보검색 실력을 간만에 발휘해서 L선생님의 제안서를 도와주고 있는데 갑자기 M선생님이 밝게 웃으면서 왔다. 진국인줄 알았던 Y선생님은 겉보기에는 야인처럼 보였는데 윗사람들 눈치보는 사람이었고 나도 모르게 서로 합의하여 여의도의 한 공공기관으로 도장좀 받아오란다. 담배냄새와 음식냄새가 섞인 더러운 입으로, 볼에는 탐욕이 가득찬 웃음으로, 한 사람의 전문가가 아닌 뒤치닥거리 하는 신입이 하나 생겨서 참 좋은가보다. 좋기도 하겠다. 날씨가 좋아 다리를 건널 때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비 얼마 되지도 않는거 당연히 주지 않는다. 도장을 찍어주는 공공기관 대리는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겨우 일주일 다닌 신입이 게다가 맡은 업무도 아닌 갑작스러운 심부름에 대해 잘 알리가 없다. 다른 신입들은 연수받고 있겠지.
'야'
M선생과 관련된 일화는 저거뿐이 아니다. 또 나름의 검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야 너가 이거좀 해'란다. 조금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는데 어떤 사업의 제안서에 다른 사람대신 서명을 하라는 거였다. 캬. 뭐 이럴 수도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에서 나름대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일한다니. 왜 우리팀의 나이 좀 많은 선생님들은 이사 직급이 아닌 이상 이름을 부르고 설설 기는건지 모르겠다.
Y선생님
Y선생님의 첫인상은 참 좋았다. 약간 덥수룩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 그래도 먼저 인사를 권하면서 좋은 목소리로 나중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그 말이 참 반갑고 정겨웠다. 근데 너무 눈치를 본다. 우리 팀이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S이사님이 따오는 용역을 각 SM밑에 뿌려주고 SM들은 어쏘와 시니어어쏘를 어싸인해서 일하는 것 같은데... 왜 S이사님이 퇴근할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고 눈치를 보는지, 왜 반말을 들으면서 담배피러 나가는건지, 왜 얼마 되지도 않는 밥 얻어먹으면서 옆에서 똥꼬를 빨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그정도 위치에 있으면 끊을 건 딱 끊어주고 업무도 명확하게 딱 주고 집에 갈 땐 딱 가고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생긴거 답지않게 눈치를 너무 본다. 오늘만해도 단지 S이사님은 저녁 약속 때문에 남아 있었는데 그걸 눈치본다고 못간다니.
타임 레포트
야근이 아닌 조금 늦은 퇴근을 하는건 뭐 그래 신입사원이니까 내가 너무 큰 불평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왜 내가 한 업무를 그대로 쓰지 못하고 언어싸인 된 상태로 타임 레포트를 써야할까. 찾기 힘든 자료도 계속 찾아내고 몇 장안되는 PPT라도 계속 만들어내고, 뭐 이정도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나름의 '일'을 계속 하고 있는데, 교육이나 받는다고 써야하는 이 현실이 좀 짜증난다. 실제로 교육을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일단 업무와의 괴리가 있어서 그런지 참 이것저것 다 불만이다.
술
곱창을 먹으며 소맥을 말고, 소주를 마시고, 바에가서 양주를 먹다가 한순간 정신을 놔버렸다. 주는 술 오냐오냐 하며 다 마시다가 결국에 훅 갔다. 처음부터 술을 못마신다고 할 걸 괜히 깝쳤다. 담배도 안핀다고 할 걸... 나온지 일주일만에 벌써 다 뽀록났다. 친해지기 위해서 다 그런거지 뭐. 업무적으로 일을 잘하면 되니까 이제 좀 신경쓰지말자. L선생님이 '야! 형이 임마 다 잘 해줄게', S이사의 '트랜스퍼 하지마라 신체포기각서 쓰자' 등... 잘 모르겠다.
지금 하는 일
다른 선생님들의 판단에 맞는 슬라이드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갈 자료를 찾고 진짜 하루종일 구글링 구글링 구글링의 연속이다. 과연 내가 여기서 어떠한 전문적인 분야를 만들어야 할지... 참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