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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일로 일정을 첨부했습니다. 확인을 위하여 회신을 부탁드립니다."
우리팀 비서에게서 이름, 사번, 휴대폰 번호를 비롯한 동기들의 간단한 개인정보와 연수 및 교육 일정을 담은 메일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한다. 회사를 다닐 때 입을 정장, 셔츠, 넥타이 몇 개와 구두는 벌써부터 준비를 완료했고, 4년간의 대학생활 동안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던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짝을 만나는 모습을 보며 자유를 만끽하던 마지막 주말이 이렇게 끝이 나간다.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어떤 행사 혹은 시험과 같은 큰일을 앞둘 때 배가 살살아파오더니, 어제부터 설사를 해 오늘 저녁 있었던 약속도 취소했다. 컨디션을 조절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일찍 잠들기 위해 뜨거운 물에 잠시 몸을 담구고, 피부에도 신경 쓰려 마스크팩도 오랜만에 붙이고 지난 수험생활동안 놓치지 않고 봐왔던 미생을 다시 정주행했다.
주변의 친구들, 선배들은 이제 좋은 시간이 다 갔다고 한 달만 지나면 우는 소리를 할 거라고 다들 그런다. 하지만 아직은 나에게 주어질 일과 새로이 만날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는게 아닌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다. 회계감사 책에서 배운(비록 감사팀은 아니지만) 경제환경과 산업, 회사에 대한 폭넓은 공부를 바탕으로 내 생각과 지식을 실제 업무에 쓰고 싶다.
멀리 뛰려 쪼그리고만 있던 시절은 오늘로 끝이다. 내일부터는 뛰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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