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 ~2018/회계사 생활
- 2014. 1. 27.
회계법인에 입사해서 회계사가 아닌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가장 안좋다고 느끼는 건
어떤 프로젝트에 중간에 들어가서 중간에 나오는 일이다.
특히 중간에 들어가게 되어 빨리 프로젝트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면
정말 일부분만 보고 배우고 나오기 때문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
이곳저곳 필드를 짧게짧게 나가다보니 이력서에 한줄씩 많이 쓸 수는 있지만,
뭔가
'아 이건 내 프로젝트다'하는 주인의식까지는 아직 생기지 않은 것 같다.
삼성동에 있는 D제약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PFV가 끝나고 약간 붕 떠버린 나는 D사의 계열사인 M사의 구분손익 파트를 맡게 되었다.
구분손익이 뭐냐...하면
Profit Center가 있고 Cost Center가 있다..면
PC는 보통 금융권에서 말하는 Front Office와 같은 개념이고
CC는 Back Office와 같은 개념이다.
원가회계를 하다보면 외부 공시 목적이 아닌 내부 관리 목적으로 공통비를 각 사업부 별로 배부 하는데
이러한 배부기준을 정립하고 세운 logic에 맞게 엑셀 model을 구축하는 뭐..
말로 하면 멋있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엑셀 노가다와 같은 그런 일을 했다.
사실 회사의 회계시스템이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주어진 분개장만 가지고 어떤 기준을 세워서 그거에 맞게 배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회사의 상황과 시스템을 잘 아는 현직들이 간단한 로직을 세워서 배부하면 되는데
이게 사내 정치적인 목적도 있고 뭐 그런가보다.
아무튼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건
1. 정말 컨설팅은 답이 없다.
우리야 그나마 세운 로직에 따라 숫자가 쫙쫙 뽑혀서 나오기 때문에 괜찮지만
옆에 같이 프로젝트를 하던 FS1본부는 매 번 ppt를 갈아엎고 logic을 바꾸고
경영컨설팅 책을 끼고 공부하더라.
그렇게 새벽까지 한다고 해서 일의 효율성이나 그런 것들이 올라가진 않을 것 같은데
showing을 하기 위해서인지, 일을 못해서인지, 아님 정말 그렇게 빡쎈 일이었는지 간에
어느정도 W&L Balance는 맞춰줘야 할텐데 말이다.
2. 현업과의 관계
'나는 회계사다.' 라는 자신감으로 현업들에게 자료요청도 빵빵 해대고 전화며 메일이며 당당하게
'xx회계법인의 xxx회계사 입니다.' 라고 밝히며 온갖 내부 정보를 다 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준다. 그리고 어떤 정보가 오고감에 있어서 내외부적인 절차가 있을텐데
그것을 너무 무시해버리고 (물론 내 잘못은 아니다. in charge의 잘못이지..) 자료 요청을 해버렸는데
이런 것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해져야겠다.
3. 선배를 대하는 자세
아무래도 수평적인 조직에 일도 빨리 적응하는 편이고,
그래서 그런지 내가 선배들을 대할 때 너무 버릇없이 대했나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얘기를 한다거나 짝다리를 짚는다거나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모습은 뭔가 나답지 않다.
물론 웃으면서 신입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겠지만
그 말 속에 숨은 의도는 나의 버릇없는 행동이 어이가 없다는 뜻 아니겠는가.
4000명이나 되는 전문가 집단 속에 한 사람에 불과하다. 좀 더 겸손해지자.
4. 던지기!
거의 마지막 날 모델을 만들어 주고 교육으로 빠져나왔다.
뭔가 내가 책임을 지고 예쁘게 만들기도 해야되는데....
너무 지겨웠어 ㅠㅠ 그래서 그냥 던져드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