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즈음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은 계절이라 결혼식을 자주 가게 되는데,
오늘은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던 형님의 결혼식이었다.
편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형님이 우리 부서로 옮기기 전에 같이 근무하던 동기녀석의 말이었다.
그 형은 진급이 빠른 회계법인에서도 몇 년 동안 진급누락이 되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전에 근무하던 부서에서의 ‘성’관련 이슈가 있어서랬다.
꼭 그게 아니라 같이 업무를 하면서도 실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도 못하는 사람이 그런 문제까지 일으킨 다는 소리를 듣자 뭔가 가까이 하기가 싫었었다. 그 사람이 다가오더라도 내가 가진 편견 때문에 은근히 피하기도 했었고, 동기 녀석이 전해준 루머를 다른 친구에게 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 형님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가진 저런 편견들이 어찌보면 잘못됐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관련 문제라 하면 사실 최근 불거진 남녀갈등으로 인해 어찌보면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성범죄화 되는 경우도 많고 그로인해 억울하게 된 사람들을 바로 내 주변에서도 보았다. 그 형이 엮인 일도 사실은 그런 종류의 사건일수도 있지 않았을까.
일을 못하더라도 늦은 시간까지 자기의 업무를 끝내려고 하던(퀄리티는 별로 좋지 않았었지만) 그 형님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두시간 여의 결혼식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 형을 축하해 주고 있었고, 나도 저런 편견이 깨지고 그 형님의 앞으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음 깊이 내가 가졌던 생각에 대한 반성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2.
예전 동아리 활동을 하던 와중에 한 명은 우리 팀 녀석이어서 교류가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같은 운영진을 하게 되어 알게 된 녀석이 있었다.
팀 회식을 하는 도중에 술에 취한 한 녀석이 운영진이 었던 여자애를 까기 시작했는데, 요지는 자기 친구의 남자친구를 그 운영진 여자애가 꼬셔서 바람이 났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 운영진 여자애랑 놀지 말라?는 식의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얘기였다.
내가 표정관리를 잘 못했던지, 그 운영진 여자애를 대할 때 아마 좀 느껴졌었나보다. 다른 술자리에서 그 여자애는 ‘오빠 나 싫어하죠??’ 하면서 힘들어 했었고,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 사실 싫다기 보단 가까이 하기가 싫었었다. 뭔가 문제가 될까봐서.
근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에는 좀 더 친했던 같은 팀 녀석은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고, 그 운영진 친구는 단톡방이지만 연락이 계속 되고 있으며 결혼도 하고 필라테스 샵을 개업해서 잘살고 있다.
A라는 친구와 B라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나는 아직 그 두 사람의 진짜 모습을 겪지 못했었고, 단지 A가 전해준 말만 듣고 B에게 편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고 친해질 기회조차 갖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지, 조금 살다보면 물론 바람을 피는게 도덕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바람을 피울수도 있고 그거는 어떻게 한 사람만이 잘못한게 아니고 양쪽 다 서로 눈이 맞아야 하며,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막는다고 막아질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부의 세계 이태오의 말 ‘사랑하는게 죄는 아니잖아’ 처럼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게 혹시 모를 상대방의 바람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
두 경우 다 남의 말만 듣고 내가 겪어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의 본질적인 모습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어찌보면 나도 남들의 입에 충분히 오르 내릴 수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나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 내 본래 모습은 모른 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있다. 뒷담화에 흔들리지 말고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자는게 오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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