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 방이옥
내 동네 친구들 중에는 참 다양한 인간이 있고 그 중에 한 명인 ㅈㄱ이는 조그마한 중소기업 사장님 아들내미 인데, 몇 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더니 최근에는 평촌역에서 부동산을 개업했다. 이 친구가 20대 때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했었는데 그 때 친해진 친구가 마침 M&A부서에서 이런 저런 회사를 인수하나보더라. 그래서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몇 번 통화로 궁금한 점을 알려주곤 했는데 그게 고마웠던지 몇 번이나 저녁을 먹자고 했었다.
한 번은 내가 아팠고, 한 번은 호주 친구 주변 친지분이 돌아가셔서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만나기로 했다. 이 친구네 회사는 아마 강남 쪽에 있는 화장품 회사 계열사 였고, 나는 여의도에 있는 사모펀드이고, ㅈㄱ이는 평촌역에 있는 부동산이니 결국 중간 지점은 사당. 오랜만에 가는 사당에서 호주 친구가 법인카드로 쏜다고 사당에 방이옥에 데려갔다.
딱히 음식 사진이 없는 이유는, 남자 셋이 모여서 음식 나온다고 사진 찍는 것도 웃기고 최근에 몽탄을 갔어서 그런지 방이옥의 시그니처 메뉴인 우대갈비가 썩 맛이 없게 느껴졌다. 이게 일기인지 먹방 블로그인지, 아무튼 뭐라도 남기자면 맛은 별로였고 요즘 유행인 주문은 테이블에서 태블릿으로 전부 하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인간미가 없더라. 다만, 위치가 사당이고 깔끔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적당한 곳에 적당한 사람들과 가고 싶으면 추천.
(우대갈비는 역시 몽탄.)
음식은 별로였지만 나름 세 명의 합이 좋아서 옛날 얘기부터 최근에 업무 얘기까지 쭉~ 이어졌고, 입에 소주 냄새가 난 채로 집에 왔다. 소개 시켜준 호주 친구가 M&A를 해서 그런지 말이 잘 통했고, ㅈㄱ이의 개업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회계사 개업에 대한 불씨를 일으켜줬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호주 친구가 속해있는 화장품 산업에 대한 스터디와 좋은 딜이 나오면 소개시켜줘야겠다는, 뜻하지 않게 좋은 인맥이 생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