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알려준다던 본부가 드디어 발표되었다. 올해의 입사자는 200명인데 대부분은 Assurance 각 본부에 배정이 되었는데 나는 특이하게도 그 이외의 본부로 가게 되었다. 당연하게 감사본부로 가게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단한 정보조차 찾기 힘든 본부로 가게 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회계사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진로'의 선택은 내 고민을 계속되게 만든다. 시험에 붙는다는 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마치 허허벌판에서 어디든지 내가 걷는 발걸음이 곧 길이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기도 하지만 남이 뚫어놓은 고속도로를 편하게 가고 싶기도 하다.
회계사가 된다면 가장 타고 싶었던 이상적인 테크트리는 '감사->FAS->유학->해외취업->교수'였다. 인생의 목적이 돈이나 성공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지금 당장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NGO에 취업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건 아니고 세속적인 직업이나 명예 등 조금이라도 젊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다 해 본 뒤에 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다. 안정적이고 편한 삶을 추구한다면 '감사->TAX->로컬->영업, 혹은 학원강사' 정도? 혹은 '감사->공기업 이직', 최근에 혹했던 것은 '감사->중국법인 취업 혹은 호주 이민' 등의 길도 생각은 했었다.
그렇다. 결국에는 '감사'는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다. 일본 드라마 '감사법인'에 나오는 그런 회계감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회계사의 고유 업무인 감사로 기본을 쌓고 다른 업무로 범위를 넓혀가고 싶었다. 군대에서 자대를 배치받을 때도 나혼자서 뚝 떨어져 이상한 곳으로 (그래도 결국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평범한 삶이 주어지지는 않으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