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많은 단어 앞에 '첫'이라는 한글자를 붙이면 그 단어는 설렘을 주기 마련이다. 오늘 나는 '첫 출근'을 했다. 소풍을 가기 전날밤과는 미묘하게 다른 두근거림과 기대가 잠을 설치게 했다. 조금은 피곤한 상태로 6시 50분에 일어나 오랜만에 부지런한 하루를 보냈다. 새 옷과 새 신발을 신고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다는 지옥철을 타고 회사로 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영어, 영어, 그리고 영어
기대하던 K비서는 사진과 사뭇 달랐고, Y상무님과의 첫만남으로 오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여느 다른 부서와는 다르게 조금 생소한 이름을 가진 우리팀의 직무에 대한 설명 - 공공기관(을 비롯한 공기업, 비영리법인, 특수한 법인)의 조직 및 인사 재편성, 비전과 목표의 설정, 재무구조 컨설팅, 사업개편 등의 일을 한다 - 과 함께 영어를 잘하느냐고 물으셨다. 읽을 줄은 안다고 했다. 한국 회계사 공부를 하면서 영어까지 잘하기는 참 쉽지가 않다. 요즘 젊은 사람들(나도 충분히 젊어서 쓰기 뭐하다)은 영어를 접하고 배울 기회가 참 많은데,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영어를 꾸준히 해야겠다.
첫인상
아랫사람도 아닌 전부 윗사람이라 이름을 매 번 물어 볼 수도 없고 외우기가 참 힘들다. 대화 속에 나오는 이름을 잘 들어서 캐치하고 싶지만 이건 무슨 받아쓰기도 아니고. 만약 '김태희 선생님'이라면 '기태이새앵님' 이런 느낌으로 말을 하니까 그대로 받아적기도 참 뭐하다. 내일 컴퓨터를 받으면 바로 조직도를 하나 출력해서 외워야겠다. 대략 2년차에서 5년차 선생님들의 인상이 참 좋다. 그 윗분들은 갭이 있어서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간적이고 관심을 가지려 잘해주려는 모습이 보인다. 참 활력없는 조직에서 신입 두 명이 얼마나 신기하고 반갑겠는가. 내일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다가가야겠다.
헬스
바쁠 때가 제일 부지런하다. 칼퇴근을 하고 친구들과 음료를 한 잔 하고, 운동도 하고, 이불도 널고 했다. 그런데 헬스장에서 참 괜찮은 사람을 봤다. 요즘 누워서 헤어지는 생각도 가끔한다. 나쁜 맘을 먹다가도 날 보며 활짝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기분이 너무너무 좋다. 근데 마음 한 켠에 슬픈 감정이 드는 건 왜일까.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