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목을 붙여아 할지 모르겠다.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법인 채용시장이 어려웠다는 것은 아래에 다른 글에서도 적었다. 대략 300명 정도가 빅4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인데 나로써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우리 대학 우리과에 나를 가르쳐주셨던 5명의 교수님들이 있었는데 L교수님, Y교수님, K교수님, K교수님(여), 다른 학교로 가신 또다른 Y교수님이 있고 그 이외에 내가 졸업 후 오신 다른 교수님들이 있다. 학부시절 나름 최선을 다한 대학생활과 이로 인해 자연스레 교수님과의 친분을 두텁게 쌓을 기회가 있었고, 나의 군 생활과 수험생활 동안 연락조차 자주 드리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뒤를 든든히 지켜주셨다.
이번 회계사 발표가 났을 때도 제일 먼저 교수님들께 전화를 드렸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인데도 왜그리 반갑던지. 교수님들의 축하인사와 함께 대략 이런 대화를 교수님 두 분과 나눴다.
"교수님 저 xxx입니다."
"오~ 그래 잘 지냈어? 어쩐일로 전화를 다했어?"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회계사 시험에 붙게 되어서 인사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진짜 잘됐다. 축하한다. 그래 이제 그럼 어떻게 되는거니?"
"법인에 입사하려고 지원서 넣고 있습니다."
"음~ 그래? 그럼 너 xx법인갈래? 거기 내가 아시는 분이 있는데 한 번 추천서랑 함께 넣어보자"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결과를 노린 것도 아니고 자연스레 먼저 추천서를 써주신다는 감사한 교수님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난 주의 주말이 지나고 감사인사를 드리러 학교에 갔다. 우리학교에는 회계학계에서 상당히 명망있는 교수님이 계신다. 모든 선배들은 이 교수님을 찾아가 보라고 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찾아가기도 상당히 망설여지고, 뜨거운 열기가 쏟아지는 차 안에서 고민하기를 수십분.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음료수 한 박스를 사들고 교수 연구실 앞에서 교수님의 강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애꿎은 화장실만 들락날락 거리며 소변기 한 번, 대변기 한 번, 세면대 한 번, 몇 번의 의미없는 행동이 지나고 교수님이 돌아오신 소리를 듣고 떨리는 마음을 추스리며 교수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자네는 누군가?"
"아 저는 이번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xx학번 xxx입니다."
"그래? 들어오게"
꼬장꼬장한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인자하신 목소리와 자세로 나를 맞아주셨다.
"그래. 자네는 내 수업을 들었는가?"
"아닙니다"
"그래? 그럼 어쩐일로 찾아왔는가?"
"교수님께서 회계학계에 계시고 하니 앞으로의 진로 같은 것 좀 상담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럼 자기소개서 좀 줘봐"
알지도 못하고 아무 연관도 없는 왠 젊은이가 찾아왔는데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게 없으니 자기소개서라도 들고왔어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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